시작하며
일단 지난 포스팅에서 손절도 익절도 못했던 애경산업은 결국 -5.4% 손절했다.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 내 매매방식을 바꾸어야 하는게 아닌가 고민하다가 회사 선배에게 살짝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다.
회사 선배는 매매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호르몬 '도파민' 이야기를 했다. 인간에게 호르몬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그리고 도파민이 얼마나 중독성을 갖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본인은 담배도 끊어냈다고 말씀하셨다.
"아, 대단하십니다" 나는 대답했다.
아무리 도파민 어쩌구 했어도 만약 그간 성과를 가지고 있었다면, 나는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었어도 내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었다면, 그 선배님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내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는지, 쓸데 없이 길게 말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감사하다고 했다. 솔직히 좀 길긴 했다. 3분, 아니 1분 만에 무슨말 하려는지 알아들었는데, 30분 이상 이야기하셨다. 사실 그 순간에도 나는 내 실수의 순간들을 반복 재생 하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커다란 자책의 감정이 내 심장을 움켜쥐고, 쥐어짜낸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항상 분명하고 객관적이고 옳은 말들을 해 주신다. 솔직히, 듣기 좋은 적이 없었다. 아는 데 못하는 거지, 누가 몰라서 안하나. 이런 반응이 잘못된 것을 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고? 그런 말에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즉시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 생긴말 아니던가. 나는 인격 수양이 덜 되었나 보다. 대인배도 아니고, 그냥 겁 많고 욕심 많은 중생일 뿐이다.. .
손실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을 후회했다.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지금은 그냥,
이 곳에 매매일지를 적는 것으로 대신하자.
첫 번째 종목 : 비츠로테크 (14시 20분)
1) 매수 당시 상황
일간 수익률 상위 종목에서 발견했다. 이미 23%상승한 상태였다. 내가 생각한 경우의 수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상한가터치 혹은 닫는 상황. 두 번째는 20% 대 마감 세 번째는 하락하여 10%대 혹은 그 이하로 마감.
오전장 내내 상승하다가, 1시30분이 되어서 추가 급등이 나왔고, 2시 땡 하자마자 당일 최고가를 찍은 뒤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호가창을 보면 중간 중간에 매수 주문이 입력 되자마자 계속해서 팔면서, 저점이 낮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경우의 수 중에서 세 번째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번은 튀어오른다.그 때 매도하자. 내가 많이 당했던 것을 그대로 역이용하자고 생각했다.
2) 경과 및 대응
매수 직전까지 주가는 잘 빠지지 않았다. 조금 빠지는가 싶으면 상승하고 찍어눌렀다. 그리고 또 조금 빠지는가 싶으면 상승후 찍어누르고가 계속 반복되었다. 전형적인 고점에서 팔아먹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누군가 지쳤는지 큰 시장가 매도가 나왔고, 훅 주가가 빠졌다.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것 까지 보느라 사실 완전한 저점을 잡지는 못했다. 결국 또 추격매수인 셈인 매수 주문을 넣었고, 한 번에 체결되었다.

이미지에서 보다시피 매수 직후 절반 매도, 그리고 조금 기다리다가 눌림에 바로 나머지 절반을 매도했다. 수익률은 0.91%로 크지는 않지만 소중한 수익이었다. 10분 만의 수익이고, 마음고생 없이 벌었다는 점에 만족했다. 그런데 주가는 더 상승해서 결국 당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나서야 빠졌다. 빠진 뒤 가격도 내 매수가보다는 높은 것이, 내일 또 상승할 수 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
아니야,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말자. 그건 도둑놈 심보이거나 아니면 거지 근성일 뿐이다.
3) 잘한 점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했다는 점에 있어서 일단 잘했다. 그리고 매수 즉시 수익이 났다는 점에서 내 기법에 있어서 자신감을 획득했다. 급등주 급락시 반등 매매는 그나마 내가 가장 승률이 높았던 매매다. 당분간은 이 매매로만 할 계획인데, 사실 추가 하락으로 가면서 가장 큰 손실을 준 매매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가로 하락하지 않을 종목을 골라내는 게 핵심이 될 텐데, 아직 선정기준을 확립하지 못했다. (그냥 주포 마음일 수 있다) 좀 더 해 보면서 기법을 바꾸던지, 혹은 다른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또 한가지 꼽자면, 매도 후 재매수하는 나의 악습관을 실행하지 않았던 점이다. 매도 후 재매수 할 때의 내 심리상태를 분석해보면 수익 직후의 자신감과 추가 상승분 놓침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차 있었다. 위에 적었듯 오늘도 비슷한 감정이 찾아왔으나, 내 행동을 잘 억제했다.
4) 잘못한 점
첫째로, 이미 적었듯 내가 매도하고 나서 더 올랐다. 나는 성급하게 매도한 셈이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매도 후 재매수하는 내 습관을 고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원인을 분석하면 매도 계획에 대한 정밀함이 부족한 것 같다. 정확하게 목표가를 설정하고 계획대로 했으면 미련이 덜했을 텐데, 나는 수익나자 마자 매도하는데 급급한 매매를 하고 있다.
둘째로는 진입 위치가 오른쪽 어깨 자리라는 점이다. 사실 이 종목을 하는게 맞았나 싶다. 당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주가가 빠지면서 왼쪽 어깨가 발생했을때 매수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매매의 핵심이다. 다만 오전장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 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오른쪽 어깨에서는 급락도 잘 나오고, 사람들도 매도 심리가 크기 때문에 하지 않는것이 맞았다. 오늘 수익은 어쩌면 그냥 운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종목 : 모비스 (14시 30분)
1) 매수 당시 상황
자동차와 핵관련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 종목이 대장주로 보였다.앞서 매매한 비츠로테크는 2등주였고, 비츠로시스가 3등주 정도로 파악되었다. 2등주 3등주는 급락이 나오면 전고점 회복이 잘 안된다. 하지만 대장주는 하락해도 한 번은 고점을 더 찍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 고점이더라도, 굳이 대장주에서 단타를 하는 이유다.
사실 이 종목은 이미 오전장에 진작에 3번의 큰 파동이 나왔고, 상한가 터치 이후 그 근처에서 3번의 급락이 나왔다가 한번 더 고점을 찍은 그림까지도 나온 이후였다. 그리고 오후장에는 내내 흘러내리던 주가가 재차 반등하면서 변동성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는 구간이었다.
상한가 근처에서 주가가 흔들린다는 것 자체가 매수하기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주가 급락 때마다 회복세가 만만치않게 강했다. 예전에 상따에 성공하고 10%수익을 거두었던 상황이랑 똑같아서 느낌이 왔다. 하지만 장 종료시까지 계속 보고있을 수는 없는 사정이라 큰 변동성을 이용해 매수즉시 수익이 안나면 바로 손절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2) 경과 및 대응
호가창이 어지러웠고 매수를 하려고 하는 1~2초의 순간에도 가격이 계속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을 나는 좋아한다. 나처럼 소심한 트레이더가 보유시간을 극도로 줄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 10초정도 호가창을 지켜보다가 저점으로 판단한 호가 바로 두칸 위에다가 매수주문을 넣었고 내가 판단한 저점을 깨려고 할때에 바로 손절준비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채운 호가창 주문이 체결되고 0.1초만에 주가가 상승했다. 1초도 안되는 시간에 2% 수익이 발생했고, 나는 매도 주문을 바로 넣었는데 매도가 되지 않았다. 급하게 주문을 취소하고 시장가 매도로 1.4%정도 수익으로 마무리했다. 매도 하자마자 오늘은 주식창 그만보자고 생각했다. 미련이 없었다.
그런데, 퇴근할 때 확인해보니 상한가에 진입해 있었다. 젠장. 어쩐지 미련이 없더라니.
3) 잘한 점
대장주 맞히기는 사실 우연이다. 시장을 지나고 나서 해석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론 머스크보다도 부자가 되어있어야 맞다. 그래도 잘한건 잘한거니까.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자신감을 높이고자 한다. 사실 핵 관련 이냐 자동차부품이냐, 아니면 바이오주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했다. 사실은 동전주 판타지오를 매매할 뻔 했다. 그거 안사고 대장주, 2등주만 매매했으니까 그래도 잘한 점으로 기록해 둔다.
또 한가지 꼽자면, 지난번 상따 성공의 경험과 상황을 상기해 냈고, 그 성공의 경험을 이번 매매에 활용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매매일지를 통해 실수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 경험도 잘 기억해야 실력이 늘지 않을까?
4) 잘못 한 점
내가 세운 계획 자체가 위험이 큰 계획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에만 25% 상승한 상태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 급락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치였다.
당시에는 듣기 싫었지만, 회사 선배의 조언을 가벼이 여길수는 없다. 딴에는 많이 순화해서 한 말일 것이다. 선배의 말대로 나는 위험한 것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고, 웬만한 상황에는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너 지금 도박 중독자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 안다.
아는데,
지금 와서 내가 맨날 하던 방법 자체를 버리기는 싫다. 이게 인지부조화란 걸까? 내 모든 투자와 경험들, 기쁨과 슬픔의 시간들을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고집 부리고 있는 것일까?
급등주 추격매수가 아닌, 내 매매 기법으로 가다듬고 싶다. 이것도 욕심인 것일까.
마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아직도 손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슴이 아려오고 잠도 안 온다.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으로 이 매매 복기 포스팅을 시작한 것 같다.
출근도 하기 싫고 밥도 먹기 싫다. 나를 아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 못 하고 있다. 에너지가 없다. 매매일지를 적은지 3일 차인데, 문득 이 짓거리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짜증이 밀려온다. 이미 잃어버린 것은 되찾지 못할 것 같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시간을 돌릴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1%씩 백번을 연속 성공해도 불가능한데, 이짓거리 하는게 의미가 있나 싶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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